Description
한국문학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온 김애란의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몇 년 전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작가가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바로 그 작품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공개되는 것이다.
2002년에 작품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작가생활 23년 차에 접어드는 김애란은 신중한 걸음으로 작품세계를 일구어나가며 지금까지 소설집 네 권과 장편소설 한 권을 선보였지만, 다섯 권 모두 여전히 널리 읽히며 책 제목만으로도 우리 각자에게 고유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드문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활달한 유머와 상상력으로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달려라, 아비』(창비, 2005)부터 우리를 둘러싼 삶의 조건을 골똘히 응시하며 ‘안과 밖’의 시차를 포착한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2017)까지, 한자리에 멈춰 서지 않은 채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며 어렵게 얻어낸 이해의 결과물이 책 한 권 한 권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가 몇 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나가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 달 남짓한 짧은 방학이지만, 우리는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면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현재에 다다르게 된 인물들의 전사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결코 길지 않은 이 소설이 무엇보다 광활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서 깊이 고심한 끝에 완성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의 구조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인물에 대한 이해와 연결되는지를 마지막에 이르러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누군가의 눈동자에 빛을 새겨넣을 때 붓 끝”에 “아주 적은 양의 흰 물감”(196쪽)을 묻혀야 하는 것처럼, ‘소량이지만 누군가의 영혼을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한 그 무엇’처럼, 김애란은 누군가의 영혼을, 그러니까 결코 진부하게 요약될 수 없는 인물의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삶을 특유의 간결하고 여운 가득한 문장을 통해 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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