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씩씩하게

나를 미워하지 않고 내일을 기다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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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책소개

첫 직업은 휴대폰 가게 판매직. 직접 매장을 운영하면 성공할 것 같아 독립했지만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폐업. 성형외과와 아파트 분양 사무실에서 상담사로 일하다 별 성과가 없어 경찰 공무원 준비. 삼 년 동안 공부하고 낙방. 다시 휴대폰을 팔다가 만난 지 한 달 반 된 남자와 결혼. 김필영의 세상은 ‘에세이 작가’들이 흔히 보여 주는 우아하거나 섬세한 세상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덕분에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줄 안다. 그런 그의 첫 이야기 모음이다.

그는 느리고 흐물흐물한 사람이어서 재바르거나 꾀바르게 일을 처리할 줄 모른다. 대신에 스스로 부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김필영의 이야기를 읽으면 마치 작은 야생 동물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거듭된 실패 앞에서도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동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타인이나 자기 자신을 가두는 생각의 틀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일단 많은 일을 시도하고, 할 수 없다고 판명되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놓아 준다.

이 책에는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필영이 마주했던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인생을 되짚은 그가 발견한 사실은, 삶이란 그저 무심히 다가왔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삶을 대하는 자세도 삶의 성격을 닮아야 한다고, 그는 생각하게 되었다. 무심한 듯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언젠가, 어느 날 더없이 사랑하게 될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목차

[프롤로그]

  • 마흔이 되려면 _ 13

1장 어제의 필영

  • 그런 밤이 지나가고 _ 25
  • 단골 노래방이 주는 힘 _ 31
  • 그녀에게 배운 것 _ 41
  • 그건 그냥 그런 것 _ 46
  • 빛나는 것은 빛나게 놔두고 _ 49
  • 좋아 보여 _ 53
  •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는 방법 _ 61
  • 노래방 도우미 자매 _ 66
  • 할머니 이야기 _ 72
  • 스물넷에는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_ 76
  • 걷는 사이 _ 80
  • 좀 이상한 연애 _ 84
  • 쌤은 코만 딱 고치면 예쁠 텐데 _ 89
  • 그 웃음 _ 94
  • 이 계단을 내려가면 _ 105
  • 떠나간 버스를 아쉬워하지 않게 된 날 _ 111

2장 오늘의 필영

  • 흘러가고, 흘러오는 _ 122
  • 엄마의 눈이 말을 했다 _ 126
  • 결혼한 여자의 얼굴에도 빛이 있다 _ 131
  • 엄마는 엘사 공주잖아 _ 134
  • 아무도 모르는 산책 _ 146
  • 엄마 노릇 잘 못 하는 엄마 _ 149
  • 저 집은 애들 옷 전부 얻어 입히잖아요 _ 153
  • “이 어린 걸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_ 157
  • 이상한 엄마가 나왔다 _ 168
  • 언젠가는 말을 듣겠지 _ 173
  • 없으면 빌려요 _ 178
  • “남편 욕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해.” _ 182
  • 온실 속 화초와 산다 _ 192
  • 남편이 가출했어요 _ 196
  •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 _ 200
  • 코로나 덕분에? _ 205

3장 아마도 내일은

  • 내 이름은 김필영 _ 218
  • 우리 딸은 제기를 잘 찹니다 _ 223
  • “내 말 듣지 마.” _ 226
  • 나의 밤은 언제 펼쳐지나 _ 231
  • 흰 재킷을 샀다 _ 235
  • 몇 년 만의 쇼트커트 _ 243
  • 요가는 좀 별로던데 _ 249
  • 감정은 일시불로 처리합시다 _ 253
  • 걱정 마, 곧 다시 올 거야 _ 257
  • 심야의 순간 이동 _ 261
  • 그다음은 없어요 _ 272
  • 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_ 276
  • 시댁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_ 280
  • 진짜와 함께 살고 있다 _ 290
  • 새로운 익숙한 사람들 _ 295

[에필로그]

  • 가벼운 인생이 어때서요 _ 299

책속에서

P. 16~17

차가 거의 없는 골목길에 들어가자 눈앞이 단번에 까매졌다. 전화기를 들어 친구에게 전화하는 척을 했다. 수신자는 주로 미래의 나였다.

“네가 그때 그랬잖아. 힘들다고. 그래도 잘돼서 다행이네.”

너무 유치한 멘트라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내가 미친 짓을 하는 걸 알아채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입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그래. 마흔이 되더니 철이 들었네. 보기 좋다. 이제 헤어진 그 남자랑은 안 만나지? 잘 헤어졌어.”

나와의 통화 속에서 마흔이 된 나는 철이 들었고, 헤어진 남자와는 다시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새벽 두 시가 넘은 거리에는 술에 취한 사람만 지나다녔다. 나는 내일 출근할 것이다. 모레도 출근해서 가게 문을 열자마자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고 화장실로 가서 대걸레를 빨 것이다. 집 현관문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으니 딸깍하고 문이 열렸다. 어느 날 그 소리가 지겨워졌다. 딸깍. 딸깍딸깍딸깍. 마흔이 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P. 65

비가 오던 날, 유달리 냄새가 많이 나는 방에서 생각했다. 남 탓이라도 하자. 이 공간이 모두 곰팡이로 뒤덮이기 전에, 우울증에 빠지기 전에 모든 일을 내 탓으로 돌리는 일은 그만두자. 그렇게 생각하자 예전에 요가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필영 씨, 필영 씨가 여기에 있는 것도, 이걸 하는 것도 모두 필영 씨의 결정이에요.”

개뿔이다. 더 우울해졌다.

P. 110

많은 것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지만, 딱히 바뀔 것 없는 가벼운 결혼식이 진행됐다. 집 계단을 내려가는 마음으로 결혼식장에서 신부 입장을 했다. 당연히 울지도 않았다. 오래 사귄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더 행복했을까? 그 답은 모르겠다. 다만 나는 마치 어떤 결정이라는 게 어렸을 적 했던 슈퍼마리오 게임처럼, 동전을 따먹을 수 있는 지하의 새로운 공간으로 가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냥 그곳으로 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그건 확실하다. 거기에 맞춰서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P. 113

내게 벌어진 그 모든 일을 멀리서 바라보는 심정으로 보고 있으면 어딘가 위로가 되었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황은 스스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러니까 세상이 내 소망과는 다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연애하고 일했다. 직업이 계속해서 바뀌는 와중에도 꾸준히 미소를 지으며 면접을 보았다. 그래야만 나는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었다. 상황이 스스로 힘을 가지고 있든 없든 어쨌든 나도 그래도 움직였다고.

P. 180~181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모든 일은 혼자서 해야 잘하는 거라고 믿었다. 다른 이에게 덜 의지할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히면 내 의지를 탓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연년생 아이 둘을 낳고 나자 내 힘으로만 살 수는 없음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너무 힘이 넘쳤고, 나는 밤이 되면 소파에 시체처럼 누워 있기 일쑤였다. 둘째를 낳고는 도저히 답이 없어서 수시로 어머님과 엄마를 집으로 불렀고 남편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지원군이 아무도 없는 날이면 오늘처럼 하느님도 찾고 우주님도 찾으면서 3년을 보냈다. 여러 존재에게 도움을 받았다.

예전의 내가 떠오른다. 손을 내밀 바에는 괴로움을 택했던 사람. 그때의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괜찮아, 도움 받으면 돼.
없는 건 빌리면 되고. 그러고 나서 갚는 거야.


추천글

그의 글에는 묘한 구석이 있다. 간단한 묘사로도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물음표를 띄우게 만든다. 그런 물음표를 발견할 때마다, 마치 무심해 보이던 사람에게서 나만 아는 반짝임을 발견했을 때처럼 기뻤다.

백세희 (에세이스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저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느리고 흐물흐물하지만 덕분에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무심한 듯 씩씩하게 살아온 김필영 씨의 삶과 결혼 이야기.

 

백 명의 사람에겐 백 가지의 사정이 있듯, 김필영 씨에게도 자신만의 사연이 있다. 휴대폰 가게와 성형외과와 아파트 분양 사무실에서 일했을 때도, 경찰 공무원 수험생으로 3년을 보내고 낙방했을 때도, 만난 지 두 달이 안 된 남자와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은 후에도, 필영의 삶은 오롯이 그 자신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졌다.

에세이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도 그의 이야기는 선명한 개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독자가 만나 보지 못했을 풍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많은 독자가 ‘닮고 싶은’ 삶을 사는 롤 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 똑똑하고 당찬 사람도 없고, 상처 입은 자기 자신을 오래도록 위로하는 섬세한 영혼도 없다. 대신에 실패로 물든 시간 속을 무심히 거닐던 사람이 마주했던 독특한 광경들이 독립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장면 1, “저, 집에 놀러 가도 돼요?”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던 필영에게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손님이 찾아온다. 그 손님과의 대화 끝에 필영이 내린 결론은 뜻밖에 이러하다. “저, 집에 놀러 가도 돼요?”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이 필영의 삶을 방문했다. 필영은 무례하거나 다정하고, 착하거나 비뚤어진 그들과 함께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은 서로 주고받는 말들로 가득했다. “저 집은 옷 전부 얻어 입히잖아요.”라는 이웃 주민의 말, “쌤은 코만 딱 고치면 예쁠 텐데.”라는 직장 동료의 말, “배우자 연봉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소개팅 상대의 말까지. 필영을 놀래거나 움직이게 하는 말들, 때론 좌절시키고 울게 만드는 무수한 목소리가 있었다.

물론, 조금 느린 데다 종종 무모하리만치 솔직하고 거리낌 없었던 필영의 모습 역시 혹자가 보기엔 답답하거나 당혹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모두 필영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일단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하고, 안 되면 순순히 놓아 주는 것이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작은 에피소드 안에서 필영과 만나 다양한 조합을 이룬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주인공이 계속 바뀌는 연작 만화나 엽편 소설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의 삽화를 담당한 만화가 김영화의 그림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태어났다. 『만화 동사의 맛』(도서출판 유유)을 통해 글을 이야기그림으로 재탄생시켰던 김영화의 저력은 공간과 사건의 형태를 본능적으로 스케치하는 김필영의 글이 더 돋보이게끔 힘을 보탠다.

 

장면 2, “엄마, 나도 힘들어. 그럼 엄마가 키워.”

고된 육아에 첫째에 이어 둘째 아이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하자, 아직 아이가 너무 어린 거 아니냐는 친정 엄마의 말에 필영은 대꾸한다. “엄마. 나도 힘들어. 그럼 엄마가 키워.”

필영의 삶은 매일이 낯설었다. 분명히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늘 어제와 달랐다. 세상은 필영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스스로의 뜻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듯했다. 그래서 필영은 그 흐름에 올라타 버렸다. 뭘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때그때 다가오는 파도를 따라가며 열심히 연애하고 일했다. 그러곤 갑자기 만난 지 두 달이 안 된 남자와 결혼하고 3년 만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이 책 속의 필영은 어떤 날에는 DVD방에, 어떤 날은 처음 가 보는 거리에, 또 어떤 날은 어린이집에 있다. 삶의 장면은 부지불식간에 계속 뒤집힌다. 문득 어느 순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너무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몸은 매일 죽은 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새 세포가 자라나는 과정을 거듭하다 7년이 지나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포로 구성된다고 한다. 몸뿐만 아니다. 예전에 쓴 일기를 펼치면 그때의 내가 과연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인지 의문이 들 만큼 가치관이 달라진 경우도 허다하다. 그게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고 싶을 만큼 이상한 나. 어제와 오늘, 내일의 나는 과연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마치 서로 다른 사람 같은 필영의 지난 기억들은 하나의 생애 속에 얼마나 무수한 변화가 담겨 있는지 보여 준다.

 

장면 3, “안녕하세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게 된 김필영입니다.”

필영이 결혼 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시작한 일은 글쓰기 수업이었다. 그는 첫 수업을 시작하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게 된 김필영입니다.”

자기 이름조차 불릴 일 없이 엄마로만 살아왔던 필영의 삶에 어느 날 ‘글쓰기’가 나타났다. 두 아이가 뒤죽박죽 어지른 집은 잠시 제쳐 두고, 홀로 쉴 수 있는 아주 잠깐의 짬이 주어지면 필영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쓸 때에만 비로소 시간이 제 것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사소한 풍경에서 시작된 그의 화제는 점차 확장되어 그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미 사라진 시간을 글로 완성하기 위해 필영은 ‘정확하게’ 쓰기로 했다.

어쩌면 잊거나 외면하고 싶었을 언젠가의 자신을 꺼내어 오는 일. 실수나 실패로 얼룩진 날들까지 적확한 말로 되살려 내는 과정을 통해 필영의 삶은 비로소 하나로 엮인다. 세상의 파도를 타고 여기저기를 오갔던 그의 삶은 이렇게 한 권의 에세이로 변하면서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무심한 듯 씩씩하게』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걸 보여 주고 싶은 에세이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짚으며 재구성하는 모습을 담은 에세이다. 삶이라는 퍼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 가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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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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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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